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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Mr. Lawrence' 그리고 1773 'Heart Music'

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듣게 된 노래가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멜로디와 왠 영어 랩 초반부에 들리는 조용한 음색은 곧이어 등장하는 한 남자의 자기소개로 시작된다. 1773이라는 팀 그리고 River City Music Entertainment라는 기획사의 이름까지 본격적인 음악은 노래의 가사보다는 멜로디가 주는 임팩트가 있다. 우리말로도 랩을 하면 못 알아듣는데 영어로 랩을 주저리니 도저히 무슨 뜻인지 잘 짐작도 안가지만 배경으로 들리는 멜로디는 내가 이전부터 들어왔었던, 너무나 유명해서 잊지 못하고 있었던 그 노래였다. 

             

 사실 야식으로 라면 냄비를 손에 들고 마우스를 클릭하던 도중에 발견한 곡인데,
이거 괜히 라면 먹다가
엉뚱한 것이 먹고 싶어지는 지게 만드는 노래다. 뭘? 이 노래의 무엇이 나에게 '라면이 아닌 엉뚱한 다른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 것일까?
면발을 휘적이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 가쓰오!"

 
 



 그렇다. 이 노래는 2004년도 CJ에서 만든 가쓰오 우동에 광고 음악으로 사용된 곡이었다. 내가 이 광고를 유독 잘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최초의 '개봉 첫날 본 최초의 외국 영화' "러브레터"의 이미지를 아주 잘 살려서 만든 광고이기 때문이다. 뭐~ 실제 광고의 배경이 된 장소도 러브레터의 배경이 되는 훗가이도에서 촬영했다하니 그 의도를 조금은 알듯하다. 

아름다운 설국(雪國)의 풍경을 담은 이 우동 광고에서 보여주는고자 하는 것은
미모의 일본 여배우가 아닌
'마음을 담은 우동 한 그릇'이다.
눈덮인 호수 근처 산장에 나룻배를 타고 나타나 우동 한 그릇 얻어먹고 유유히 떠나는 남자와 그리움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여자. 이 순간에 보통은 우동의 따뜻함은 국물에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전해진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우동.

1773이라는 팀에서 부르는 Heart Music 이라는 노래는 이 우동광고처럼 마음에서 나오는 음악을 말하고 있다.  


        


 사실 이 노래는 작곡가이자 배우인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가
그의 영화 데뷔작인
전장의 메리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OST로 제작한 곡이다. 영화보다 OST 곡이 더 유명해진 케이스인 것 같은데,오히려 모르는 사람들은 이 곡이 영화보다는 CM송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류이치 사카모토 자신도 피아노 이외에 다양한 악기들과 함께 곡을 연주했고, 많은 영화나 드라마 광고에서 이 곡은 사용되었다. 그런데, 새롭게 불리는 노래가 힙합이라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고 신기할 수 도 있다.  하지만, 1773은 이러한 우려는 말끔히 정리해버릴 수 있는 멋있는 노래를 만들어냈다. 

 Heart Music은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곡이 원래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곡,
혹은 영화의 OST라는 심도 있는 지식 이외에 단순히 '우동 광고 음악'이라는 것도 몰랐다면, 모든 것을 1773이  만들어 불렀겠구나 라고 착각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힙합의 랩의 가사가 안들리는 것은 내가 저걸 못 알아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가사를 이해하지 말고 랩의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랩은 하나의 악기가 되고 원곡의 선율과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간 중간에 그들이 이야기하는 마음으로부터의 노래이기 때문에 이 노래가 이토록 좋은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우동 광고에서 보여주었던 가슴 어린 이별의 아픔도 마음에서 우리가 좋은 노래를 듣고 감동 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이 음악을 만들고 음악은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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